2024~2025: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열렸습니다. 애플 vs 삼성의 AI 전략 비교 →
8장. 오디오

8장. 오디오: AirPods에서 공간 음향까지

2016년 9월, 애플은 아이폰 7을 발표하면서 3.5mm 이어폰 잭을 제거했습니다. "용기(courage)"라는 한마디로 정당화된 이 결정은 당시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표준 오디오 포트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논란의 중심에서 애플이 함께 내놓은 작은 흰색 이어폰, AirPods가 무선 오디오 시대의 문을 열었습니다.

AirPods 이전에도 블루투스 이어폰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페어링이 번거롭고, 연결이 끊기고, 한쪽만 먼저 방전되는 문제가 일상이었습니다. AirPods는 케이스를 열기만 하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만들어냈고, TWS(True Wireless Stereo) 시장을 사실상 창조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TWS 출하량은 2억 대를 넘어섰고, 그 시작점에 AirPods가 있었습니다.

삼성은 같은 해에 Gear IconX를 출시하며 TWS 시장에 진입했지만, 본격적인 경쟁은 2019년 Galaxy Buds부터 시작되었습니다. AKG 튜닝의 음질, 무선 충전 지원, 안드로이드 생태계와의 긴밀한 연동으로 빠르게 추격하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애플이 "연결의 마법"으로 시장을 열었다면, 삼성은 "선택의 폭"으로 응수한 것입니다.

이제 무선 이어폰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기기가 아닙니다. ANC(능동 노이즈 캔슬링)로 소음을 차단하고, 공간 음향으로 머리 추적 기반 입체 사운드를 재현하며, 심박수를 측정하고, 청력 검사를 수행하고, 실시간 통역까지 해주는 복합 기기로 진화했습니다. 블루투스 코덱 경쟁, ANC 알고리즘, 건강 센서, AI 기능이 새로운 경쟁 축이 된 시대입니다. 이 장에서는 무선 이어폰이 걸어온 세 단계의 진화를 애플과 삼성의 경쟁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1세대 -- 무선 이어폰의 탄생 (2016~2018)

2016년은 무선 오디오의 원년입니다. 애플이 아이폰 7에서 이어폰 잭을 제거한 것은 단순한 부품 삭제가 아니라, 유선 오디오 시대의 종료 선언이었습니다. 비판은 거셌지만,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전체 산업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2년 뒤 삼성을 포함한 대부분의 플래그십 제조사가 이어폰 잭을 제거했습니다.

AirPods 1세대 (2016)

AirPods가 혁신적이었던 이유는 음질이 아니라 연결 경험이었습니다. 애플의 W1 칩이 만들어낸 자동 페어링, 기기 간 자동 전환, 귀에서 빼면 자동 일시정지 같은 기능은 "블루투스 이어폰은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렸습니다. 배터리는 한 번 충전에 5시간, 충전 케이스 포함 24시간을 제공했습니다.

삼성 Gear IconX (2016) & Galaxy Buds (2019)

삼성의 첫 TWS인 Gear IconX는 4GB 내장 메모리로 독립 음악 재생이 가능했지만, 짧은 배터리 수명(1.5시간)과 불안정한 연결이 약점이었습니다. 삼성이 진정한 경쟁자로 부상한 것은 2019년 Galaxy Buds부터입니다. AKG 튜닝 사운드, 무선 충전(갤럭시 스마트폰으로 배터리 공유), 6시간 연속 재생으로 실용성을 끌어올렸습니다.

TWS(True Wireless Stereo)란? 좌우 이어버드 사이에 케이블이 전혀 없는 완전 무선 이어폰을 말합니다. 블루투스 넥밴드 이어폰은 좌우가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TWS가 아닙니다. AirPods와 Galaxy Buds 모두 TWS에 해당합니다.

이 시기의 경쟁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연결이 잘 되는가, 배터리가 오래 가는가, 귀에서 빠지지 않는가입니다. 음질이나 부가 기능은 부차적이었습니다.

애플 vs 삼성: 1세대 비교

구분AirPods 1세대 (2016)Galaxy Buds (2019)
칩셋Apple W1삼성 자체 칩셋
자동 페어링케이스 열면 자동 연결갤럭시 기기 자동 팝업
배터리 (이어버드)5시간6시간
배터리 (케이스 포함)24시간13시간
무선 충전미지원 (AirPods 2에서 추가)지원 (무선 파워쉐어)
음질 튜닝애플 기본AKG 튜닝
ANC미지원미지원
방수미지원IPX2 (땀 방지)

2세대 -- ANC와 음질 경쟁 (2019~2022)

무선 연결이 안정화되자, 경쟁의 축은 소음 차단(ANC)과 음질로 이동했습니다. 이 시기에 무선 이어폰은 비로소 "음향 기기"로서의 정체성을 갖추기 시작합니다.

AirPods Pro 1세대 (2019)

2019년 10월 출시된 AirPods Pro는 애플 최초의 ANC(능동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었습니다. 외부 마이크가 주변 소음을 감지하고, 안쪽 마이크가 귀에 전달되는 소리를 확인하여, 소음의 역위상 음파를 초당 200회 생성합니다. 실리콘 이어팁으로 밀폐력을 높이고, **투과 모드(Transparency Mode)**로 외부 소리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AirPods Max (2020)

애플은 2020년 오버이어 헤드폰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AirPods Max는 H1 칩 2개, 컴퓨테이셔널 오디오, 공간 음향(Spatial Audio)을 탑재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무선 헤드폰에서도 "애플 경험"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Galaxy Buds Pro (2021) & Buds2 Pro (2022)

삼성은 Galaxy Buds Pro(2021)에서 본격적으로 ANC를 도입했고, **Galaxy Buds2 Pro(2022)**에서 결정적 도약을 이뤘습니다. 24bit Hi-Fi 오디오, 삼성 자체 코덱 SSC(Samsung Scalable Codec)와 함께 360 Audio(삼성판 공간 음향)를 지원하며, 음질 면에서 AirPods Pro와 정면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AirPods Pro 2세대 (2022)

2022년 출시된 AirPods Pro 2세대는 H2 칩을 탑재하며 ANC 성능을 전작 대비 2배로 향상시켰습니다. 적응형 투과 모드는 갑작스러운 큰 소리(공사 소음, 사이렌)를 자동으로 줄여주는 기능으로, 외부 소리를 들으면서도 귀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 맞춤 공간 음향은 아이폰 TrueDepth 카메라로 사용자의 귓바퀴 형태를 스캔하여 맞춤형 음향 프로필을 생성합니다.

⚠️

블루투스 코덱 전쟁: 애플은 자사 기기에서 AAC 코덱을 사용하며, 고음질 전송을 위한 별도의 코덱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반면 삼성은 SSC(Samsung Scalable Codec)와 함께 소니의 LDAC(최대 990kbps)도 지원합니다. 코덱은 블루투스로 오디오를 전송할 때 압축하는 방식인데, 높은 비트레이트를 지원할수록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체감 음질은 코덱만이 아니라 드라이버, 이어팁 밀폐도, DSP 튜닝의 종합 결과입니다.

애플 vs 삼성: 2세대 비교

구분AirPods Pro 2 (2022)Galaxy Buds2 Pro (2022)
칩셋Apple H2삼성 자체 칩셋
ANC2배 향상, 적응형 투과 모드지능형 ANC, 3단계 조절
코덱AACSSC, AAC, SBC
음질개인 맞춤 공간 음향24bit Hi-Fi, 360 Audio
배터리 (ANC 켜짐)6시간5시간
공간 음향머리 추적 Spatial Audio머리 추적 360 Audio
방수IPX4IPX7
특이 기능귓바퀴 스캔 음향 맞춤보이스 디텍트 (대화 시 자동 전환)

3세대 -- 건강 센서와 AI (2023~현재)

가장 최근의 전환입니다. 이어폰이 오디오 기기를 넘어 건강 센서와 AI 비서가 내장된 웨어러블 기기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AirPods Pro 2 with USB-C (2023)

2023년 업데이트에서 라이트닝을 USB-C로 교체하는 것 외에, 대화 인식(Conversation Awareness)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사용자가 말을 시작하면 자동으로 미디어 볼륨을 낮추고 투과 모드로 전환합니다. **적응형 오디오(Adaptive Audio)**는 ANC와 투과 모드를 실시간으로 혼합하여,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의 소리 균형을 찾아줍니다.

AirPods 4 (2024)

기존의 개방형(이어팁 없는) 디자인에 ANC를 탑재한 모델입니다. 밀폐하지 않고도 노이즈 캔슬링을 제공한다는 것은 음향 공학의 주목할 만한 성과입니다. 이어팁이 불편한 사용자도 ANC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AirPods Pro 2 -- 청력 건강 기능 (2024)

2024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추가된 **청력 검사(Hearing Test)**와 보청기(Hearing Aid) 기능은 이어폰 역사의 분기점입니다.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이 기능은 임상 수준의 청력 검사를 수행하고,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실시간 소리 증폭을 제공합니다. 별도의 의료기기 없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이어폰이 보청기가 되는 것입니다.

FDA 승인 보청기 기능: AirPods Pro 2의 청력 보조 기능은 미국 FDA로부터 OTC(일반의약품급) 보청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습니다. 경도에서 중등도 난청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며, 청력 검사(약 5분 소요) 결과에 맞춰 주파수별 증폭을 자동 조정합니다. 이는 이어폰이 엔터테인먼트 기기에서 건강 기기로 전환되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Galaxy Buds3 Pro (2025)

삼성은 Galaxy Buds3 Pro에서 디자인과 AI 기능 모두에서 큰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블레이드 라이트(Blade Lights) 디자인은 스템(줄기) 부분에 LED 조명을 넣어 착용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핵심 기능은 AI 통역입니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실시간 양방향 통역을 제공하며, 한쪽 이어버드는 상대방의 언어를, 다른 쪽은 내 언어의 번역을 들려줍니다.

공간 음향 기술 비교

공간 음향(Spatial Audio)은 일반 스테레오 음원을 머리 주변의 3차원 공간에 배치하여 입체감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구분Apple Spatial AudioSamsung 360 Audio
기술 기반Dolby Atmos 디코딩 + 머리 추적Dolby Atmos + 자체 360 엔진
머리 추적자이로스코프 + 가속도 센서자이로스코프 + 가속도 센서
개인 맞춤TrueDepth 카메라 귓바퀴 스캔갤럭시 폰 카메라 귀 스캔
지원 콘텐츠Apple Music, Apple TV+, 서드파티Samsung Music, 서드파티
특징고정된 음원 위치 (화면 기준)머리 회전에 따른 음장 변화

건강 모니터링의 확장

기능AirPods Pro 2 (2024~)Galaxy Buds (향후 예정)
청력 검사FDA 승인, 5분 검사미지원
보청기 기능FDA 승인, 실시간 증폭미지원
청력 보호큰 소리 자동 차단 (85dB 기준)큰 소리 경고
심박수미지원향후 탑재 전망
체온 측정미지원향후 탑재 전망

애플 vs 삼성: 3세대 비교

구분AirPods Pro 2 (2024 업데이트)Galaxy Buds3 Pro (2025)
AI 기능대화 인식, 적응형 오디오AI 통역, AI 노이즈 제어
건강 센서FDA 승인 청력 검사/보청기미탑재 (향후 예정)
공간 음향개인 맞춤 Spatial Audio360 Audio + AI 최적화
디자인 혁신기존 디자인 유지블레이드 라이트 LED
코덱AAC, Apple Lossless (유선 시)SSC HiFi, AAC, SBC, LDAC
칩셋Apple H2삼성 자체 칩셋
ANC적응형 오디오 (자동 혼합)AI 기반 3단계 자동 조절
특이 기능고개 끄덕임/흔들기로 전화 응답/거절블레이드 제스처 제어

이어폰의 정체성 변화: 1세대에서 이어폰은 "음악 듣는 기기"였습니다. 2세대에서 "소음을 차단하는 음향 기기"가 되었고, 3세대에서는 "건강을 관리하고 언어를 통역하는 AI 웨어러블"이 되고 있습니다. 애플은 건강(청력) 방향으로, 삼성은 AI 통역 방향으로 각자의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오디오가 말해주는 것

세대경쟁의 기준핵심 전환
1세대연결 안정성, 배터리유선에서 무선으로
2세대ANC 성능, 음질소음 차단과 코덱 경쟁
3세대건강 센서, AI 기능이어폰이 건강 기기로

무선 이어폰의 진화는 스마트폰 산업 전체의 축소판입니다. 하드웨어 혁신(무선화) → 소프트웨어 경쟁(ANC, 코덱) → AI와 건강 플랫폼으로 가치가 이동하는 패턴은 스마트폰 본체에서 일어난 변화와 정확히 같습니다. AirPods가 보청기가 되고, Galaxy Buds가 통역기가 되는 현재는 이어폰이 더 이상 스마트폰의 "액세서리"가 아니라,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 웨어러블 컴퓨팅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귀에 꽂는 작은 기기 하나가 우리의 건강을 돌보고,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소리의 풍경을 바꾸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